인라이튼먼트 DR17
나온지 7년이 넘은 씽크패드 T23을 쓰다 보니, 덩치 큰 프로그램을 돌리려면 망설여질 때가 많다. 특히나 그놈과 KDE같은 데스크탑 환경은 워낙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메모리가 많을 뿐 아니라 버젼이 올라갈 때마다 상황이 점점 심각해져서, 이젠 진지하게 대안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메모리 스와핑으로 굳어있는 마우스 커서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가 문득 떠오른 것이 인라이튼먼트 창 관리자였다.
FVWM이 인기있는 창 관리자이던 시절, 인라이튼먼트는 파격적인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으로 시스템에 무리(!)를 주는 창 관리자로 악명을 떨쳤지만, 십년의 세월이 흐르다보니 어느새 “가벼운” 창 관리자임을 강조하는 지경에 올라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라이튼먼트가 십년간 정체되어 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인라이튼먼트를 만들면서 함께 나온 수많은 라이브러리가 다른 프로젝트에서 채택되어 쓰이고 있다. 그놈에서도 널리 쓰고 있는 imlib2나 esound가 대표적인 예이다.
인라이튼먼트의 최신 버젼은 DR16이라고 불리는 0.16.8.14이며, pkgsrc에서는 wm/enlightenment에서 이보다 조금 이전 버젼인 0.16.8.8을 제공한다. 0.16은 기본에 충실하고 키보드만으로 거의 모든 조작이 가능한 파워유저를 위한 창 관리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첫 버젼이 발표된 지 8년이나 되었고, 데스크탑 환경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새로 개발중인 버젼은 0.17인데, 아직 정식으로 릴리스되지 않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차세대 데스크탑 환경을 목표로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정식 릴리스가 없는 탓에 pkgsrc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pkgsrc-wip을 찾아보니 wip/e17이란 이름으로 0.16.999.043이 들어 있었다. 이걸 최신 개발 버젼인 0.16.999.050으로 갱신하고 몇가지 버그를 고쳐주니 그럭저럭 쓸만하게 되었다. 아직 모든 기능을 다 쓸 수 있을만큼 완벽하지는 않지만, 설치하고 삭제하는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인다. wip/e17를 설치하고 enlightenment_start를 .xinitrc나 .xsession에 넣어 주면 바로 써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상당히 깔끔하고, 독특한 생김새가 인상적이다. 다만 창 제목이나 메뉴 등에서 한글이 표시가 안 되는 문제가 있는데, 아마도 폰트셋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로 보인다. 조금만 손을 보면 그놈이나 KDE 대신 가볍게 쓸 수 있는 쓸만한 데스크탑 환경이 될 것 같다.
